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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생각들 - ![]()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갤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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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시작된 흥분어린 눈길은 단순명료한 타이포그라피의 겉표지를 맴돌다가 말끔한 속 내용을 훑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학술서적을 펼침으로써 매번 겪는, 어색한 첫 인사이다. 지금부터 당신들의 위험한 생각들을 대담하게 습득해주겠다, 라는 마음이 떨리는 눈동자를 다잡게 해줬다. 언제나 어려운 이야기는 서두부터 두려움을 자아내지만 왠지 모를 안도감이 생기는건 스스로의 생각들을 위험하다라고 일컫는 엉뚱함 덕분이었을 것이다.
이 생각들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작금의 도덕적 관념이나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의 편견과 고정관념 등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렇게 믿었던 주장이나 이론들이 무참히 깨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는 독자들은 실로 그것이 사실일지라도 - 혹은 튼튼한 근거가 뒷받침되어 타당한 주장이라 생각할지라도 - 암담한 기분을 떨쳐내기 힘들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책에 실린 내용인데, 유전자 조작으로 내 아이의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켜 출산하는 것과, 아이가 어릴 때 운동을 시키고 좋은 밥을 먹여 단련시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에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것은 다름 아닌 윤리적 관점이다. 잉태와 출산, 성장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라는 시각에 더불어 출산 후 일련의 훈련과정은 성장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인 것이 아닌 과학적 방법론에 의한 영양분 조절과 운동효과의 극대화 등은 분명 성장의 일부분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 결국 양 쪽 모두 과학의 발전과 문명의 발달로써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러한 윤리관과의 충돌은 다소 불편할지언정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 생각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유전자 조작이 만연하게 될 것이고 곧 우리의 후손들은 마치 조각된 석상과도 같을 것이다. 지금의 사회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의, 똑같이 생긴 인형들이 거리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를 더 들어보자. 우리는 약 2만개의 나선 구조로 이루어진 DNA의 설계도를 파악하는데 성공했다. - 완벽하진 않다. - 그리고 살인, 절도 등의 범죄들은 뇌의 구조, 신경증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고장난 기계를 고치듯 범죄의 발생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어째서 '처벌' 을 하는가? 재발방지와 도덕적 규범의 확립이라는 이유는 절대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법률적인 처벌이 결국은 범죄자에 대한 피해자의, 그리고 언론매체를 통해 소식을 들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분노를 해결하는 '복수심의 발현' 일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이유에 합리적인 이라는 수식어를 들이미는 현대의 가치관에서 이토록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아이러니는 놀랍게도 거의 모든 이들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고장난 컴퓨터를 독방에 가두거나 창문으로 던져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가끔 그런 일도 있지만 이는 조롱거리일 뿐이다. - 인간이 스스로의 내부를 탐구하는데 나날히 그 열정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린 거의 모든 범죄행위가 병리적 현상임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고칠 것인가, 벌을 줄 것인가? 윤리적 관점을 파괴한다는 의미에서 이보다 위험하긴 힘들 것이다.
이렇듯 기존의 통념을 깨고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생각들은 당연하다 여기곤 했던 것들을 무참히 파괴하면서 일종의 놀라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는 곧 점차 넓어지는 식견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당대 석학들의 수준 높은 통찰들을 통해 두 눈에 비치는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방법을 얻게 되면서, 독자들은 불편한 진실 속에 숨어있는 오묘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알아가는 재미, 생각이 트이는 재미란 이런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상당히 깊은 수준의 이론까지 도달해 있는 내용들이지만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다거나 하는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과학엔 영 관심이 없던 나조차도 이 역설적인 생각의 파편들에 매료되었으니, 도움이 되고 지식을 키우는 책임과 동시에 ≪위험한 생각들≫은 분명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다. 고리타분하게 응고되어있는 사고를 유연히 하고 싶다면, 이 좌충우돌을 거듭하는 위험한 생각들을 마음껏 습득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분명,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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