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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6 그 분을 믿고 싶었다. (6)
  정치 관련 포스팅은 좀 자제하려는 편이라,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 분이 대선에서 승리하실 때, 한 사람의 국민으로써 가졌던 정치적 소견과는 별개로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충분히 그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앞으로 잘되기만을 빌자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의 슬로건은 '경제 대통령', 먹고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치던 우리에겐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었죠.

임기가 시작되기 한 참 전부터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걸 뒤집어버리겠다' 라는 포스를 풍기던 그 분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대통령에 취임, 지금은 임기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입니다.

그리고,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십니다.


  전 이명박 대통령을 믿고 싶었습니다. 모든게 혼란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한 포석이며,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나면 그는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이 나라의 미래를 시원하게 뚫어줄거라 믿었죠. 그 기반에는 경제회생이라는 전 국민적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고흐


  제 믿음이 깨어졌던 경로 - 몇 가지 이슈와 사건들 - 를 간단명료하게 되짚어보겠습니다.

1. BBK - 도덕적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
2. 의료보험 등 공기업 민영화 - 자본주의 만능의 사고방식을 여기서 깨달았어야 하는건데.
3. 소고기 파동 - 당신의 비굴함에 국민은 이데올로기적 분열을 겪어야 했습니다.
4. 인사행정 비리, 재벌 비호 - 누가 당신을 뽑았는지, 누구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잊은 듯.
5. 경제위기와 멋진 대응 정책들 - 그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시작되었죠.
6. 방송법 개정 - 의도가 옳다 하여 방법론도 타당할 수는 없죠. 오해이던 진실이던간에.
                       (전 방송법으로 경제가 살아날거라 생각되지 않고 타당성도 없다고 봅니다.)
7. 용산 참사 - 이건 소고기파동이랑 좀 겹치는데, 공권력의 만행이라고밖엔 안보입니다.
8. 각종 발언들 -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합니다. 뻥카를 쳤다고 더 심한 궤변으로 무마할 수는
                       없는거죠. 거기다 말도 안되는 발언으로 신뢰까지 잃고 있으니...


  전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면 그는 국민 투표를 통해 뽑힌 정당한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잘못이 있다면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회생이라는 원대한 희망이 대통령만 바뀌면 실현될거라고 믿어버리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의 공약들이 말이 되는지,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는지 따져보진 않고 청계천 이쁘게 잘 꾸며놨네~ 라느니 CEO출신 대통령이니까 경제도 잘 살릴꺼야 라는 맹목적 믿음으로 표를 던져버린 우리의 잘못입니다.
  CEO 출신 대통령으로써, 경제회생보다는 나라를 기업으로 만들어버리고, 정권이 교체되고 나니 지난 10년을 부정하며 그 동안 이룩해왔던 나름의 성과를 모조리 갈아치워 '10년 전이 그리워, 10년 뒤로 가는' 행위를 서슴치 않습니다. 거기다가 표독스러운 아집까지 있어서, 자신에 반대되는 목소리는 그냥 두지 않습니다. 최진실법, 방송법 개정, 집시법 등에서 느껴지는 정부의 의도는 너무도 뚜렷하여 어이가 없을 지경이구요. 실망이 분노로 치환되는 시점은 적어도 그 대상인 대통령이 조금은 긴장하고 발상을 전환해봐야 할 때라는 뜻이 아닐까 싶은데 본인은 이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전 믿음이 깨어지는 고통이 다른 이에게 전이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믿음을 시작한 이는 그 믿음이 깨어지는 순간의 고통이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걸 알고서도 미처 이를 버리지 못합니다. 그가 옳길 바라고 또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하면서도, 그의 불합리한 처사를 욕하는 이성의 목소리를 애써 잠재우면서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건 그가 '국민' 이라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 제 스스로를 발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우리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면, 그런 우리를 보듬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물론 대통령 혼자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를 살려낼 수는 없습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불가능하다고 보는게 옳죠. 하지만 뒤숭숭한 민심과 비논리적이고 불합리한 정책을 고치고 다듬어서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낼 힘을 만들어내는건 그의 몫입니다. 촛불 구입처가 궁금하고 초딩들이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가 국산이 아니라서 서러운 그에겐 버거운 일이겠지만요.

  요즘 뉴스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합니다. 기분좋은 뉴스, 기다리던 뉴스는 없고 말도 안되는 일만 일어나는 상황이니 웃을 수 있는건 김연아 선수의 멋진 연기가 나오는 마지막 부분 뿐이로군요. 이렇게 슬픈 현실이지만 전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지금은 정책도 발언도 개념도 산으로 가고 있는 망해가는 정부이지만, 피땀흘려 일하는 나와 우리들이 염원하듯 언젠가는 저 사람도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하겠지...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 더 추락한다면 자신에게 표심을 건넨 당사자들의 손에 의해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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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울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