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막화되어 황폐하게 변해버린 방바닥. 지평선 위로 솟아오른 무인도처럼 우뚝허니 선 침대위엔 한 남자의 혼 빠진 곁껍데기가 널부러져있다. 흐르는 땀과 올곧이 들썩이는 가슴만이 그의 생존을 점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차라리 맘 놓고 코라도 골았으면 좋으련만, 새근대는 몰골은 창문을 통해 비치는 달빛을 얹어 찐 만두처럼 불은 채 굳어버린 모양이었다. 두 볼에는 가련하게도 연한 잿빛의 먼지조각이 뻗뻗하게 서 있다.
꿈틀대는 몸이 기지개를 펴려는 찰나 미약한 호흡이 무릎과 종아리 안쪽을 자극한다. 조심스래 남자의 기척을 살피던 고양이 한 마리는 얕은 콧김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했다. 곧 두 볼을 비벼대며 잉잉대는 소리를 내는 통에 남자는 살며시 녀석의 뒷목을 쓰다듬는다.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보드라운 감촉. 이 정도면, 섣부르게 잠들 필요는 없겠지 싶었다.
머리맡엔 책 한 권이 펼쳐진 채 엎어져있고 옆구리를 관통하는 익숙한 울림은 묵직한 스피커와 우퍼의 율동이다. 적어도 방 안의 공기는 날 반갑게 맞이한다. 몸을 눕히면 함께 가라앉으며, 머리를 들고 무언가 하려 할 땐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내가 눈을 뜨면 태양이 떠오르고 눈을 감으면 달빛이 이마를 두드린다. 극락, 달콤한 휴식의 또 다른 이름일런지.
#2.
나무를 베어내려는 나무꾼은 두 손에 도끼를 움켜쥐고 잡념을 버리며 온 몸을 하나의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흐르는 땀방울은 육신을 지탱하는 소립자의 간질임이며 새의 지저귐은 청각의 존립을 증명하는 피드백일 뿐인 것이다. 중요한건 눈 앞의 나무, 이를 타격하는 도끼. 그가 집 앞 뜰에 심은 사과나무를 생각하는 순간, 도끼날은 날아올라 정수리에 꽂힐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지구종말을 맞이한 단백질덩어리의 어설픈 자위같은 사과나무에 신경 쓸 겨를 따윈 없다. 그저 좀 더 나은 한 순간이 찾아올거라는 고품격 자위로 조금씩 발끝을 오무렸다 폈다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썩은 물 밖에 없는 사막이라도 행자에겐 야릇한 수분기가 행복으로 다가올 것 아니겠나. 바쁜 회사생활 끝에 '그래도 즐겁다' 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썩은 물로 세수를 하고 온 몸을 씻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