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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변신을 꿈꾸는가.
오래된 질문이다. 내가 가졌던 어떤 질문보다도 오래되었다.
처음 이 질문을 던진건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였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다. 6살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로봇이 자동차가 되고 다시 로봇이 되고 비행기가 되었다가 배가 되고
그저 조약돌만한 손으로 이리저리 매만지며 갖고 노는게 좋았다.
그러다가 그 로봇 장난감에 질려갈 때 즈음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 로봇이 변신하는게 재밌게 느껴졌을까?"
다른 변신로봇에는 재미를 못느끼면서.
그럼 변신에 대한 흥미가 아니라, 그 로봇의 디자인이나 견고함,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가 겹쳐 탄생한 재미인걸까?
어느 한 쪽으로 몰려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변신이라는 것 자체에 신비로운 감성을 가짐은 부정할 필요가 없으니까.
드라큘라가 왜 박쥐로 변신하는지, 늑대인간은 왜 보름달이 뜨면 털로 뒤덮이는지
카프카는 왜 가장을 바퀴벌레로 만들었는지
이 모든게 하나의 키워드로 종합된다.
변신.
왜 인간은 변신을 꿈꾸는가.
질문의 고리타분함에 앞서,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내가
조금은 무력하게 느껴지곤 했다.여느 때나 그랬다. 매번 질문만 던지고 말았다.
게임에서 변신이 나오면 굉장히 흥미를 느꼈다.
A에서 B로 변신했다가 다시 A로 변한다는 점.
만일, 영원히 B로 바뀌어버린다 라고 하면 흥미가 덜할 것이다.
그것을 "변신" 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냥 "변했다, 바뀌었다" 라고 하겠다.
A는 현재의 나를 상징한다.
변신 전의 A는 고리타분하고 재미가 없으며 무난하지만 특색이 없다.
변신 후, 즉 B는 특별하다.
나의 욕망을 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강력하고, 특별한 외모에, 개성이 넘치면서도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는데에 더 쉽고 재밌어야 한다.
이런 기존 변신물들에 대한 특질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지금보다 더 나은 무언가가 되고 싶다"
라는 것 밖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변신이 아니라 그냥 스스로 더 강해지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늑대인간이 되는 것 보다, 늑대인간처럼 힘이 강해지면 되는 것 아닌가?
인간은 본래 보수적인 성향을 가졌다는 가설이 있다.
그 시초는 방랑에서 농경으로 종족의 삶의 방식을 바꾸면서 시작된걸로 보인다.
지키고자 하는 방어적 성향은 현재의 안정을 해치려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한다.
변화를 싫어하고, 비교적 안전하고 만족적인 현재에 안주하려는 성향.
현재가 스스로의 안위에 문제를 줄 정도로 나쁜 상황이라면 변화를 꿈꾸지만
그게 아니라면 안주하려는 성향이 분명 크다.
변신으로 뭔가 멋진 모습이 되었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 "현실" 이 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여긴다.
가령, 이 글을 쓰는 내가 등뼈에 날개가 돋아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의 변신을 꿈꿔도
실제로 내 등에 날개가 돋으면 난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원하는 순간 날개가 돋아 날아다닌다 해도
또 내가 원하는 순간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다른 이들과 어울리길 바란다.
변신은, 일탈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명확한 정의는 내릴 수 없지만 스스로를 납득할 만한 설명은 찾은 것 같다.
난 지금 변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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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난 직장에서 발언력이 꽤 있었다. 내가 하는 말에 사람들은 주목했고 내가 해놓은 일은 칭찬 일색이었으며 반론이나 수정의 여지가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능력이 있다고 했다. 날 신뢰했고, 칭찬했다.
난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잘 하기 때문에,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날 지적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고 여겼다. 난 자만했다. 내가 본 나는 잘난 놈이었고 능력자였고 안되는게 없는 '가능성' 덩어리였다. 젊은 피는 오판에 얼룩져 폭풍우가 몰아쳐도 씻길 줄을 모른다. 끈적한 기름 때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모르던 자만심은 날 그렇게 좀먹고 있었다.
그 더러움이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날 괴롭히고 나면, 진정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 라는 위기 의식이 창궐한다. 난 회사를 그만두었고 - 약간의 계기가 있었지만 핑계일 뿐인 것이다. - 예전의 '우물' 에서 큰 소리 좀 치던 개구리로써의 나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손을 벌렸다. 다행히, 하늘이 불쌍히 여긴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불구덩이었다. 이제, 난 내가 가진 능력들을 맘껏 발휘하고 가능한 한 노력했다 라고 서술해도 모자르지 않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려도 칭찬과 찬사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만났다. 내 노력은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다. 노력을 발 밑에 깔고 더 높이 뛸 수 있는 탄력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
한 순간이라도 긴장하지 않으면 낙오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지금의 나를 움직이고 있다. 난, 드디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났다. 발전은 공포심이 만드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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