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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rch results for '사는 얘기들/상념들'

  1. 2010/02/03 -- 난 더 나아지고 있다. (2)
  2. 2009/12/06 -- 첫 눈 (2)
  3. 2009/11/26 -- 떠나가는 가을에게
  4. 2009/11/24 -- 그녀는
  5. 2009/11/04 -- 어울리는-. (2)
  6. 2009/11/02 -- 겨울이 온 것 같구나. (2)
  7. 2009/10/26 -- 정신분석은 얼어죽을. (6)
  8. 2009/08/30 -- 거울 (2)
  9. 2009/08/22 -- 쓰레기통
  10. 2009/08/20 -- 가을 잠자리

난 더 나아지고 있다.

2010/02/03 13:59

이 녀석들이야, 날 움직이고 있는건![?]


  한 때 난 직장에서 발언력이 꽤 있었다. 내가 하는 말에 사람들은 주목했고 내가 해놓은 일은 칭찬 일색이었으며 반론이나 수정의 여지가 없이 그대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능력이 있다고 했다. 날 신뢰했고, 칭찬했다.
  난 내가 정말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잘 하기 때문에, 나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날 지적하거나 비난할 수 없다고 여겼다. 난 자만했다. 내가 본 나는 잘난 놈이었고 능력자였고 안되는게 없는 '가능성' 덩어리였다. 젊은 피는 오판에 얼룩져 폭풍우가 몰아쳐도 씻길 줄을 모른다. 끈적한 기름 때처럼 들러붙어 떨어질 줄 모르던 자만심은 날 그렇게 좀먹고 있었다.

  그 더러움이 가슴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날 괴롭히고 나면, 진정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 라는 위기 의식이 창궐한다. 난 회사를 그만두었고 - 약간의 계기가 있었지만 핑계일 뿐인 것이다. - 예전의 '우물' 에서 큰 소리 좀 치던 개구리로써의 나를 벗어던지기로 했다.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손을 벌렸다. 다행히, 하늘이 불쌍히 여긴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불구덩이었다. 이제, 난 내가 가진 능력들을 맘껏 발휘하고 가능한 한 노력했다 라고 서술해도 모자르지 않을 정도로 구슬땀을 흘려도 칭찬과 찬사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을 만났다. 내 노력은 보상을 약속하지 않는다. 노력을 발 밑에 깔고 더 높이 뛸 수 있는 탄력 있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

  한 순간이라도 긴장하지 않으면 낙오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지금의 나를 움직이고 있다. 난, 드디어 좀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났다. 발전은 공포심이 만드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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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게임기획, 공포, 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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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짜먼스

    더러운 세상

  2. 왜 더러워 ㅋㅋㅋ

첫 눈

2009/12/06 00:27


당신과 나 사이에 쌓인 눈처럼
아름드리 소복하게 쌓인 첫 눈처럼
너와 나의 사랑이란 그랬나보다,
같은 듯 다름에도 그렇게 사랑했다.
내가 좇던 사랑이란,
네가 찾던 사랑이 아니었나보다
네 가슴을 더듬으며 찾았던
그 사랑은 내가 그리던 사랑이 아니고
우리는 서로 다른 무언가를
서로에게 찾다 지쳐 쌓여갔나보다.
소복히 쌓인 서로의 어긋남이
첫 눈이 스르륵 밟히고 녹 듯
새하얗던 몸에 검은 때를 묻히고
오지도 않은 봄을 찾는 듯
아스팔트 사이로 몸을 감췄나보다.
그렇게 우린 서로를 잊어갔나보다.

첫 눈이 오던 날 널 떠나 보내고
되돌아온 내 자리에 네가 없듯이
첫 눈이 녹아내린 거리 속에서
설레이던 처음이란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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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겨울, 뻘글, 자작글마당, 첫눈

  1. 에..효...

  2. 힘내 보아요 우리 : )

떠나가는 가을에게

2009/11/26 08:59



사색하는 회색 빛깔의 겨울 나무에겐
발치에서 꿈틀대는 낙엽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부르르르 떨다가도 금방 울어버릴 듯이
지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성급히 갈색을 떨쳐버린 도시 풍경 속에서는
따스한 햇살마저 새하얗게 질려버린다.

그저 추위가 싫다 하여 널 찾는게 아니라
만연했던 붉은 빛깔이 그리워 네 모습 그린다고,
그런 그리움이 멈춰버린 심장을 뛰게 하고
찬 바람 눈치보며 움츠렸던 몸을 곧게 세우고
너 앉았던 작은 의자에서 네 외로움 줏어담아
지친 듯 내려앉은 네 한 숨에 함께 실어 보내리다.

무언가에 쫓기듯 내 손길을 뿌리친 네 모습엔
이 곳에 더 이상 널 그리며 쓰다듬을 것이 없음을
해가 뜨고 지듯 저 또한 갈 수 밖에 없음을
미리부터 일러주는 서글픈 몸짓이 있었다.
가리라, 갈 것이라 말해주지 못했던 너에게
원망하는 대신 그것은 애정이었다 말하고 싶다.

잘가라, 내 궁구함에 질려버린 연민의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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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09/11/24 18:32
그녀는 한 떨기 꽃이었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뻗은 잡초마냥
보도블럭 사이로 피어난 작은 들꽃
거친 발길에 아랑곳 않고 피어난
유독 눈에 들어오던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잘 익은 열매였다.
멋드러진 나무 아래 매달린 모습이
한 입 물면 그렇게 맛있을 것만 같고
담 너머로 뻗은 손 닿지 않아 아쉽던
청초한 붉은 빛을 띈 싱그러움이었다.

보는 이를 아쉽게 만들던 그녀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냄새를 맡고
내 것인 냥 들고 다니고픈 것이어서
사뭇 나를 죄스럽게 여기게 만들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남의 허리춤에서 흔들거리던 녀석을
남 몰래 훔쳐 달아나던 시절의 나는
이것이 나를 욕되게 해도 상관없고
이로써 내가 죽일 놈이 되어도 좋다고
그래도 난 이것을 가졌다 여겼다.

이윽고 난 그녀의 아름다움이
아름답기 때문에 날 아프게 한다고
죄책감에 물들어 옴싹달싹 못하고
그저 입만 들썩거리며 아픔을 토하며
결국 내 죄를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곱고 아름다움이 죄이며,
나는 죄 가짐이 아픔이 되었다.
그것이 훔쳐진 것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평생을 지고갈 죄스러움을 안고
아름다움으로 견뎌내보려 애를 쓴다.
그 죄 내것임을 애써 숨기려 해본다.
내 두려움이 그녀를 더럽힐까 걱정한다.
차라리 내 손 거두었으면 좋았지 싶다.

그녀는
그 길에 피어서 아름다운 꽃이었고
그 나무에 열려서 달콤한 열매였고
그의 것이었기에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내 욕심이 모든걸 망쳤을지도 모른다.
그 누가 나를 벌할까 기다려도 보지만
그가 내게서 그녀를 데려갈까 두려워
그저 웅크린 채 울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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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그녀, , , 열매,

어울리는-.

2009/11/04 17:46


녹차 한 잔으로 찾아보려 했던
여유란 녀석은 온데간데 볼 수가 없고
어울릴 리 없는 담배 한 개피가
머리 속을 뱅글뱅글 헤집어놓고 다니니
이토록 안 맞는 앙상블이라 하며
달콤한 커피가 네 짝이 아니더냐 짖고
구토로 찌든 번화가 한 복판 마냥
지끈대는 머리가 곧 내가 아니냐 싶고
이대로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해
다가오는 퇴근시간 기다리다 지쳐버려
말문이 잠기고 당신은 다가오고
이 못난 한량에게도 어울리는 당신이라
미안해 멀쳐내려니 내가 힘들고
그대로 안아보니 이토록 두근대는 것이다.

우린 참 잘 어울리나보다.
내 힘든 하루에도 그렇게 어울리는 청량제-.



힘들다고 쓴 뻘글이 이렇게 마무리가 되다니
나도 제대로 콩깍지 씌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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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뻘글, 사랑해요♡, 아부하는 글, 애인님, 자작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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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않는숲

    본의아니게 또 염장글 하나 쓰셨네요 : )
    하루종일 고생 많았어요-
    내 곧 그대를 보러 그리 가리다. : )

  2. 사실 본의아니게 가 아닐지도[...]
    매번 오게만 해서 미안해요 : )

겨울이 온 것 같구나.

2009/11/02 09:12
곧 이렇게 되겠지?


아직은 달력이 가을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떨구어진 낙엽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지난 밤에는 더워서 입지 않았던 외투인데
오늘 아침엔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바삐 움직이는 출근길 사람들 사이에서
매일처럼 느껴지던 혼잡한 열기를 볼 수가 없다.
하늘이 비추어 환히 빛나는 흐릿한 백색 도시에
활기를 비틀어 쥐어 짜낸 듯 신음만 난무하니
그 사이로 불어오는 칼처럼 날카로운 바람에
쉴 새 없이 베어지는 내 살갗은 쓸쓸하고
온 몸을 웅크리며 그리운 내 님 생각해봐도
발을 뻗어 나아갈 수록 더 멀어질 뿐인 것이라
아, 겨울이 와도 따스해질 것만 같았던 우리가
이 추위에 오히려 잔인하게 식는 것인가
멈춤없이 두근대는 나로 하여금 따스한 것은
오로지 두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 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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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겨울, 뻘글, 자작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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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ack

    담뱃재 속의 불씨처럼
    식어도 따뜻한 곳이 있겠지요.
    겨울이 와도 꺼지지 않을
    그런 불이

  2. 부디 보이지 않는 온기라도 느껴주고 알아주길 바랍니다-.

정신분석은 얼어죽을.

2009/10/26 22:48




만일 내게 단 한 번의 사랑을 허락한다면
만일 내게 세상 단 한 사람만 사랑하라면
온 세상에 퍼지는 꽃 내음 사이에서
그대를 찾으러 내 발걸음 돌리리다
계절이 꽃처럼 지고 부는 바람에 서리가 내려도
그리는 마음 서러운 손짓은 깊어만 지는데

만일 내게 단 한 번의 그리움을 바란다면
만일 내게 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으라면
스러진 볏잎 사이로 흐르는 가을바람
스치듯 흘러대어 그대에게 가겠어요
어둠이 꽃잎되어 달빛에 슬픔을 비춘다고 해도
그 마저도 내 눈엔 그대 미소로 보이누나

만일 그것이 세상 단 하나 뿐이라 해도
결국은 당신이기에 두 눈 감아 오늘을 보냅니다.




20가지도 넘는 질문을 주우욱 써내려가다가
나도 모르게 손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게 다 뭘까.
사랑하는가, 언제까지인가, 나한테 질리진 않을까, 날 보는 눈이 변하지 않을까.
이건 다 불안 아닌가. 결국 난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믿지 못하는 것인가. 이렇게 비겁한 자식을 사랑하다니, 그대가 불쌍해...
그저 온 몸을 기대었다가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하는 꼴 밖에 더 되는가.

믿음이 부족했던 탓에 난 눈 앞의 사랑에 집중을 못한 것인가.

하지만 난 믿는데...

아무리 열심히 생각을 해보고 고민하지 않으려 해도
떠오르는건 사랑한다, 이 말 뿐이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조금 흔들려서 미안하다, 이젠 믿을께...
배신당할게 무섭고 두려워 믿음을 다 주지 못한게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두려울 일이 없다는 생각에 미소만 지어지누나.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고민들은, 그저 사랑해서 생기는 것들이니까,
머리를 배우고 단지 사랑만 하고 있으면 해결 못할 일 없겠지.

사랑합니다, 나보다 더, 당신보다 더 사랑할께요.









이 글은 염장 글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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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뻘글, 사랑해요

  1. 아 지대 염장글-_-

  2. ㅋㅋㅋ 죄송 [...]

  3. Blog Icon
    Black

    뭘 불안해 하십니까
    지금 행복하면
    일단 지금만 생각하고
    현재가 중요한거지요.
    그냥 이쁜 사랑해요
    아무생각없이
    바보처럼

    근데
    너무 염장
    윽T-T

  4. 네 바보가 되려 합니다 'ㅡ'//

  5. 스승님 블로그에 오면 맨날 염장지르는 글 가득!+ㅁ+
    안놀러올테야요.......

  6. 저, 정말요? ㅠ_ㅠ

거울

2009/08/30 00:22


그는 항상 내 앞에 서서
두 손으로 날 어루만지더니
한 숨을 푸욱 쉬고 내 얼굴에 얼룩을 남긴다.

그리고는 손바닥으로 스윽스윽 지워대더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니,

내 얼굴에 비친 자신을 바라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침을 뱉고 욕을 한다.
이마로 내 얼굴을 받고
주먹으로 치고 때리고
그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대더니
곧 얇게 흐르는 물줄기를 훔친다.

난 그가 밉거나 원망스럽지 않다.
그가 날 더럽히고 아프게 해도 좋다.
그의 가슴에 맺힌 것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눈물이 내 몸을 타고 흐른다 해도
그걸로 그가 편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날 기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난 안다.
그는 내 얼굴에 비친 자신을 보고 울고 있다는걸
내 존재는 인식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걸
자기와 닮은 내 속의 자신에게 연민을 느낀다는걸
그리고,
그런 그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이 내겐 없다는걸
난 너무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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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베어 사는 얘기들/상념들 거울, 뻘글

  1. Blog Icon
    덕만아
  2. 왜 한 숨을 쉬고 그랴 ㅎㅎ

쓰레기통

2009/08/22 10:39
  가슴 한 가운데를 파서 구덩이를 만든다. 촉촉한 점액질로 둘러쌓인 갈비뼈와 그 갈비뼈가 감싸고 있는 물렁한 핏덩어리는 아슬아슬하게 피해야 한다. 얄팍하지 않게,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자리를 넓혀나간다. 조금은 넓다고 생각될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은 구덩이.
  들키면 조금은 부끄러울지도 모르니 다시 점막이 생기도록 살살 꼬매준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실밥을 뜯고 벌려보지 않는 이상 그것이 무언가의 입구일거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공허한 내부와는 달리 겉은 꽤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한다. 약간의 기름칠과 다듬기가 끝나면 세상은 다시 아름다워진다.

  그러고 나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내 곁을 스치는 바람과 울림, 소리와 눈빛, 의중과 궤변들이 귀를 어루만지더니 가슴께를 쓸어내리며 발 밑으로 떨어진다. 내 상념은 어깨춤에 부딪혔다가 슬픔의 강변으로 추락한다. 흐르는 강물은 갑자기 나타난 이물질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무시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매몰찬 물줄기의 무감각함에 치를 떨며 온 몸을 적신 삶을 털어낸다. 조금씩 가슴이 쓰라린다.

  고민한다. 날 스쳤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지나가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함을 안다.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지만, 이를 짊어지기엔 떨고 있는 어깨가 불안하게 서 있다. 결국 난 축 처진 몸뚱이를 억지로 비틀어 짧은 비명을 지른다. 온갖 욕설과 남루한 표현들이 입술을 거쳐 내뱉어진다. 불규칙한 바운스에 발 밑이 더러워진다. 천천히 쓸어담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내게 호의를 보이는 몇 몇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때론 내게 기분좋은 이야기를 해주거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혹은 진지한 고민이나 결정에 대해 문의를 하기도 한다. 난 그것이 쓰레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내 귀는 이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수 많은 생각의 갈래 속에서 최상의 답을 찾아내려 애쓰고는 했다. 대답은 구지 하지 않았지만, 그저 듣는 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젠 내가 말을 할 차례가 되었지만 그것이 말인지, 쓰레기인지 한 참을 생각하고 또 돌이켜본다. 내게 호의를 보였던 이들이 내가 뱉은 오물들에도 호의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확답은 없다.

  사람은 벽을 만나면 뒤돌아 서거나 다른 길을 찾기 이전에 발 밑을 살피고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마련이다. 그것은 두려움의 증명이며 현실에 대한 회피작용이다. 가슴 속 공허함이 속삭인다. 공허함 속에 공허함을 버린다. 이제 그 곳은 가득 찼다. 그리고 텅 비었다.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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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잠자리

2009/08/20 18:25

여름이 천천히 잦아들 때 가을은 여느때처럼 고개를 빼곰히 들고 주변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 숨을 푹 쉬었다가 눈물을 한 바탕 쏟아내더니 이젠 휘파람을 불어대며
하나 뿐인 눈으로 사방에 빛을 쏘아댄다.

잠자리를 날려보내 시린 가슴을 움켜쥔다.
젖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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