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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 ![]() 신경숙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 반성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들은 '진부하다' 라는 표현을 들먹거릴 만큼 흔하디 흔한 줄거리를 담고 있음이 분명하다. <엄마를 부탁해> 역시 이러한 염증이 느껴지는 제목에 더불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략적인 줄거리 예상이 그리 달콤하지는 않았다. 재미없으면 끝까지 읽지 않는 일도 가끔은 있어서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다. 자신이 없긴 했지만, 두 손으로 겉장을 잡고 펼쳤다. 추천을 받은 책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었다.
엄마를 잃어버린 세 자식과 그녀의 남편이 엄마를 찾아다니면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과거에 대한 기억들, 고통스러운 후회와 반성을 되풀이하는 이야기. 큰아들, 둘째딸, 막내딸, 아버지. 우리는 이들 중 누구의 회한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이다.
세밀한 표현들이 현장감있게 묘사되어 있다. 아련한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정감어린 단어들이 나열되고, 문장으로 그림을 그려 고향집을 머릿속에 펼쳐놓는다. 우리의 어머니는 그 곳에서 자식들 먹일 쌀을 퍼다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치고 밭을 일군다. 한 여인의 인생이 여기에 함축되어 있다. 그녀의 인생은 '엄마' 로 수렴되는 희생적인 삶이었다.
우리는 <엄마를 부탁해> 를 읽으며 어머니에 대한 죄송스러움에 휩싸이게 된다. 회한이 온 몸을 감싼다. 이는 책 말미에 등장하는 단어에 일맥상통하는 듯 보인다. 고해성사. 우리는 우리 스스로 저지른 불효에 몸서리치며 책을 덮고 어머니를 찾는다. <엄마를 부탁해> 의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따뜻했던 존재, 어머니의 실종을 겪고 그재서야 자신들의 과오를 봇물 터지듯 목 밖으로 토해내기 시작한다. 어머니는 서울역에서 잃어버린게 아니었다. 등뒤를 감싸 안아주고 있는 존재를 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장성한 자식들과 무심한 부군에 의해 어머니는 스스로를 잃고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밑바닥을 볼 틈도 없이 헌신적이었던 그녀는 그렇게 스스로를 잊는 병을 얻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엄마를 부탁해> 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게 만드는 책이다. 나도 몇 번을 울고불고 했지만 내가 유달리 감성적이어서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가 신경숙 님이 존경스럽다. 진정 가슴을 울리는 글은 손 끝을 놀려 쓰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가슴을 찢어 조각내어 책 장 한 쪽 한 쪽에 흩뿌려 이 책을 완성시켰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죄인임을 깨닫게 하시고, 뒤돌아 어미를 찾으며 눈물짓게 해준 신경숙 작가님께 감사드리고 있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 다소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도 분명 존재했음을 부정할 순 없다. 아무리 애틋하고 가슴아프고 슬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라 할 지라도 소재가 진부했음은 분명하다. 이야기가 절정이라 할 부분이 딱히 없어 지루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무리 없이 완독이 가능했다. 이 책은 참 재미있는 책이다. 참 슬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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