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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09/11/24 18:32
그녀는 한 떨기 꽃이었다.
골목길 사이사이로 뻗은 잡초마냥
보도블럭 사이로 피어난 작은 들꽃
거친 발길에 아랑곳 않고 피어난
유독 눈에 들어오던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잘 익은 열매였다.
멋드러진 나무 아래 매달린 모습이
한 입 물면 그렇게 맛있을 것만 같고
담 너머로 뻗은 손 닿지 않아 아쉽던
청초한 붉은 빛을 띈 싱그러움이었다.

보는 이를 아쉽게 만들던 그녀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냄새를 맡고
내 것인 냥 들고 다니고픈 것이어서
사뭇 나를 죄스럽게 여기게 만들던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남의 허리춤에서 흔들거리던 녀석을
남 몰래 훔쳐 달아나던 시절의 나는
이것이 나를 욕되게 해도 상관없고
이로써 내가 죽일 놈이 되어도 좋다고
그래도 난 이것을 가졌다 여겼다.

이윽고 난 그녀의 아름다움이
아름답기 때문에 날 아프게 한다고
죄책감에 물들어 옴싹달싹 못하고
그저 입만 들썩거리며 아픔을 토하며
결국 내 죄를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곱고 아름다움이 죄이며,
나는 죄 가짐이 아픔이 되었다.
그것이 훔쳐진 것이기에 그러한 것이다.
평생을 지고갈 죄스러움을 안고
아름다움으로 견뎌내보려 애를 쓴다.
그 죄 내것임을 애써 숨기려 해본다.
내 두려움이 그녀를 더럽힐까 걱정한다.
차라리 내 손 거두었으면 좋았지 싶다.

그녀는
그 길에 피어서 아름다운 꽃이었고
그 나무에 열려서 달콤한 열매였고
그의 것이었기에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내 욕심이 모든걸 망쳤을지도 모른다.
그 누가 나를 벌할까 기다려도 보지만
그가 내게서 그녀를 데려갈까 두려워
그저 웅크린 채 울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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