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한 가운데를 파서 구덩이를 만든다. 촉촉한 점액질로 둘러쌓인 갈비뼈와 그 갈비뼈가 감싸고 있는 물렁한 핏덩어리는 아슬아슬하게 피해야 한다. 얄팍하지 않게,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자리를 넓혀나간다. 조금은 넓다고 생각될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입구는 좁고, 내부는 넓은 구덩이.
  들키면 조금은 부끄러울지도 모르니 다시 점막이 생기도록 살살 꼬매준다. 이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실밥을 뜯고 벌려보지 않는 이상 그것이 무언가의 입구일거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공허한 내부와는 달리 겉은 꽤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한다. 약간의 기름칠과 다듬기가 끝나면 세상은 다시 아름다워진다.

  그러고 나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다. 내 곁을 스치는 바람과 울림, 소리와 눈빛, 의중과 궤변들이 귀를 어루만지더니 가슴께를 쓸어내리며 발 밑으로 떨어진다. 내 상념은 어깨춤에 부딪혔다가 슬픔의 강변으로 추락한다. 흐르는 강물은 갑자기 나타난 이물질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 무시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매몰찬 물줄기의 무감각함에 치를 떨며 온 몸을 적신 삶을 털어낸다. 조금씩 가슴이 쓰라린다.

  고민한다. 날 스쳤던 모든 것들이 그대로 지나가길 바랬지만 그러지 못함을 안다. 피할 수 없기에 받아들이지만, 이를 짊어지기엔 떨고 있는 어깨가 불안하게 서 있다. 결국 난 축 처진 몸뚱이를 억지로 비틀어 짧은 비명을 지른다. 온갖 욕설과 남루한 표현들이 입술을 거쳐 내뱉어진다. 불규칙한 바운스에 발 밑이 더러워진다. 천천히 쓸어담아,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내게 호의를 보이는 몇 몇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때론 내게 기분좋은 이야기를 해주거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혹은 진지한 고민이나 결정에 대해 문의를 하기도 한다. 난 그것이 쓰레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내 귀는 이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수 많은 생각의 갈래 속에서 최상의 답을 찾아내려 애쓰고는 했다. 대답은 구지 하지 않았지만, 그저 듣는 것으로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젠 내가 말을 할 차례가 되었지만 그것이 말인지, 쓰레기인지 한 참을 생각하고 또 돌이켜본다. 내게 호의를 보였던 이들이 내가 뱉은 오물들에도 호의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확답은 없다.

  사람은 벽을 만나면 뒤돌아 서거나 다른 길을 찾기 이전에 발 밑을 살피고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마련이다. 그것은 두려움의 증명이며 현실에 대한 회피작용이다. 가슴 속 공허함이 속삭인다. 공허함 속에 공허함을 버린다. 이제 그 곳은 가득 찼다. 그리고 텅 비었다.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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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울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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