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서평2009/08/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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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짤막하게 쓴 글에서 말했듯, 군대에서 처음 읽은 뒤로 잊지 못해 여태 갈구하다 겨우 읽은 책이다. 로맨틱한 제목 앞에 펼쳐지는 가슴 시린 이야기들, 부드럽지만 왠지 쓰라린 강가의 솔바람에 취한 옛 기억이 무의식적으로 이 책을 찾게 만들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가지고 있지 않은 책임에도, 빌려주신 분을 고생시켜가면서 - _-a

  하얀 로냐프 강은 1부, 2부로 나뉘어있다. 1부와 2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며 꽤 오랜 시간을 텀으로 두고 쓰여졌기 때문에 같은 세계관과 배경을 가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르가 다른 것이 아닐까 라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작정은 아니니 스크롤 매만지는 그 손가락을 거두시라!

  난 이것이 두 갈래로 갈라진 이야기 만큼 두 개의 커다란 줄기가 세워져있는 것이라 여긴다. 1부와 2부라는 이름으로 세워진 기둥은 각각 이러한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랑', '희생'. 이렇게 간단하게 나눠버리면 너무 비약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나, 난 이 두 줄기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명제라 생각했고 마지막 장을 넘기며 책을 덮은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1부는 사랑과 희생을, 2부는 희생과 명예를 다룬다 라고 할 수 있는데 전자가 대 명제, 후자가 이를 받쳐주는 감정의 기폭제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맞아떨어지지 않나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환상문학이라 일컬어진다는 표지의 멘트가 난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판타지라 하면 일반적으로 가지는 편협적 시각은 장르문학이라는 기치 아래 판타지 문학의 가치 폄하에 앞장서왔다. 맨날 유럽 중세시대, 북유럽 신화 등에 기인한 마법과 드래곤의 조화 뿐인 양산형 소설이다 라는게 지금까지의 견해들 중 주를 이루는 것이었고 이에 무협소설의 양산화까지 겹쳐 '애들이나 보는 만화책 수준의' 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가 문학의 길을 꿈꾸고 있고 또 환상 문학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렇듯 하얀 로냐프 강의 예처럼 환상 문학이 가지고 있는 높고 깊은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너무도 기쁘다. 내가 잡타지라 불리우는 저질 환상소설들에 가슴이 애려오는 아픔을 느끼며 '진정 내가 걷고자 하는게 이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을 때 나를 붙잡아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명예, 기사도, 전쟁, 우정, 사랑... 어찌 보면 진부하다고 할 수 있는 주제들이나 이를 버무리는 것은 분명 작가의 능력이며 의지인 것이다. 같은 칼자루를 쥐어도 끝을 알 수 없는 차이를 가지는 것이 인간이라 했다. 환상 문학이 그 예술적 가치와 흥행성을 동시에 취할 수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소설 하얀 로냐프 강은 내게 맑은 강물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그 아래 비치는 푸르른 창공까지 내 눈 앞에 가져다 주었다. 한 동안은 이 감동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감동과 전율을 찾아 이리 저리 찾아 헤매일 것이다.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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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울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