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_개발_기획2008/07/29 14:15

"왜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을 했을까?" 라는 것도 있고, "왜 태양의 서커스가 재미있을까?" 라는 것도 있습니다.
분명 재미의 이유를 찾는 것이 주요 핀트이겠지만, 이러한 생각들을 발전시켜나가다 보면 '성공의 이유' 를 찾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작품의 훌륭함을 찾기보다는 상품으로써의 마케팅 전략과 관람객 수요 분석, 타 서커스 공연과의 차별화된 부분 등 정략적인 내용을 다루어 흘러가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재미' 라는 요소를 파악하는데 주력한 글이 되겠습니다.


1. 왜 '재미' 있을까?

※ 여기서 약간의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는데, 전 재미를 느끼는 감정적 상태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이 몰입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의 흐름도 이쪽으로 흐를 것입니다.

  서커스란 단 방향으로 진행되는 공연문화의 가장 고전적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관람객은 온 몸에 힘을 빼고 공연을 지켜보고, 연기자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관람객들의 눈을 자신들에게 고정시켜야 합니다. 만일 휘향찬란한 시각적 자극과 화려한 퍼포먼스 중 가볍게 울리는 핸드폰진동을 무시할 수 없다면 이는 이미 서커스 공연에 두 발을 퐁당 담근 것이 아니라 한쪽발만 살짝 담근 채 관망하는 처사가 아닌가 합니다. 관람객의 처사를 논하는 것이 아니고, 또 그들은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에 여기서의 문제제기는 서커스 공연 자체에 더해져야 할 것이라 봅니다. 적어도 공연시간 동안엔 다른 잡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이게 서커스의 재미를 나타내는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태양의 서커스가 '관객을 어떻게 자신들의 세계에 편입하였느냐' 를 중점적으로 논해보겠습니다.


2. 호흡의 템포조절

  서커스가 단숨에 자신들이 준비한 모든 것을 펼친다면 관객들이 한 호흡을 쉴 때마다 그 만큼의 갭이 생깁니다. 인간의 집중력이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은 15분 정도인데, 1시간 30분 가량의 공연시간(실제로 그들이 투자한 시간은 더 길겠죠?) 동안을 논스톱으로 달린다는 것은 그만큼 관람객들을 지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템포 조절은 매우 중요하며, 또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태양의 서커스를 반복해서 관람한 이유는, 이러한 템포를 무의식적으로 느껴보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론은, '이 공연의 템포는 10분 주기로 변한다' 였습니다. 물론 정확히 10분을 자를 수는 없습니다. 10분 가량 펼쳐지는 것도 있고, 5분, 8분으로 끝나는 것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템포로 나눠진 각각의 공연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있는가 입니다.
  여기서 태양의 서커스는 한 가지 기법을 구사합니다. 물론 전문적 식견은 아니니 용어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토리텔링 / 묘기 / 희극 연기 / 극적 연기 ~~

순서의 차이나 시간적인 오차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빈도 수로 따지면, 스토리텔링과 묘기가 각각 4, 희극(코미디) 연기가 2 정도가 될 듯 합니다. 시간적인 체크는 하지 않았습니다.
스토리텔링은 어려워보이는 묘기를 보여주기 보다는 서커스 자체가 말하려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 그래서 스토리텔링이라 이름지었습니다.
묘기는 말 그대로 Wonderful Perfomance 인데 화려하고 어렵고 불가능해보이는 묘기들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희극 연기는 서커스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삐에로 - 좀 세련되어보이지만 여전히 익살스럽습니다. - 가 등장하여 만담을 하거나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각각의 파트는 무의미한 배열을 이루지 않습니다. 각각의 존재 이유와 기능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 토리텔링은 저로써는 언어의 문제때문에 이해는 안되었지만 관람객들이 서커스를 '묘기 대잔치' 가 아닌 하나의 극으로써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 보여집니다. 이로써 연기자들이 펼치는 퍼포먼스들은 더 이상 무의미한 곡예가 아닌 하나의 '표현' 으로써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연기자들의 표정연기와 무대 세트 효과, 울려퍼지는 음악 등을 복합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엔 시야가 넓어지고 심리적으로 안정되게 됩니다.
묘기가 펼쳐지는 순간은 시야가 좁아지고 머리가 빠르게 굴러갑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게 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어렵고 복잡한 묘기를 좀 더 세심히 관찰하고, 꿈틀대는 근육과 아슬아슬한 곡예의 매 순간을 머릿속에 입력하기 위해 집중하게 됩니다. 실질적인 몰입도는 이 때 가장 높아진다고 봅니다. 관람객은 긴장하게 되고, 몰입으로 인해 정신적 에너지를 급격히 소모합니다. 집중의 시간이 끝나고 연기자가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 두 발로 착지하고 나면 다시금 시야는 무대 전체를 담을 정도로 넓어지고 호흡과 심장박동은 안정됩니다.
희극 연기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입니다. 그 자체가 가지는 재미요소도 큰 기여를 하지만, 묘기를 관람한 후의 휴식시간을 제공합니다. 삐에로들의 코믹연기를 지켜보면서 두 눈이 충혈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연기자의 안전을 생각하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한 바탕 큰 웃음 속에서 관람객들은 정신적 에너지의 소모를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습니다.

태양의 서커스가 관람객의 몰입을 이끌어낸 방법은 바로 위에서 다룬 각각의 파트를 무리없이 배치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여기에 더해서, 이러한 기능적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연기자들의 세계 정상급 퍼포먼스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관람객들의 불안요소를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그들의 몰입을 저해하지 않는 필수적 능력이고 만일 이를 해내지 못한다면 관람객들은 자신들의 현실적 관점에서의 우려가 실제 눈 앞에 펼쳐지게 됨으로써 비현실적인, 즉 환상적인 세계로의 몰입을 끝마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불안감을 현실화 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필요 조건이었고 태양의 서커스는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전혀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3. 환상적인 음악과 무드 조성

인간의 오감을 각각 입력기기로 표현하자면, 서커스 공연을 보는 것은 눈과 귀를 통해 우리의 몸, 가슴, 머리에 입력할 준비를 갖춘 것이라 하겠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내용은 모두 '눈' 으로 입력되는 모습들입니다. 귀가 하는 역할은 매우 한정되어있고 그나마도 눈으로 입력되는 것들을 보조하는 역할(효과음, 말소리 등) 에 지나지 않았죠.
하지만 오로지 '귀' 로만 입력될 수 있는 데이터들이 여기 있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웅장한 배경음악과 노래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배 경에 깔리는 음악, 노래들은 스토리 텔링, 희극, 묘기 라는 세 가지 파트에 따라 조절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실질적으로 이러한 각각의 파트들이 가지는 기능적 요소들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지기도 합니다. 또한 사운드 효과가 가지는 독립적인 기능적 면모는 타이틀에 써놓았듯 '무드' , 즉 분위기 조성이라는 말로 풀이됩니다. 유치원 다니던 꼬꼬마 시절 우연찮게 봤던 서커스의 기억은 우스꽝스러운 나팔소리에 맞춰 삐에로가 공을 굴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데, 현대의 서커스 공연은 이런 조약한 사운드 효과와는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와 더불어, 귀를 자극하는 아름다운 노래와 음악들은 관람객을 몽환적인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데 충분한 퀄리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상당한 수준의 음악은 비록 그 눈 앞에 시궁창이 펼쳐져있다 해도 하늘을 날고 구름 위를 거닐게 해준다고 했듯, 음악이 가지는 호소력은 그 어떤 오감의 자극보다 큰 것입니다. - 이렇게 되려면 필수적으로 '몰입' 상태로 빠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는 무대 위에 펼쳐진 시각적 효과로 충분히 제공되었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더해서 연기자들의 의상과 무대 디자인 등이 이러한 '분위기 조성' 에 시너지 효과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묘기를 펼치는 공연이 아니라 하나의 뮤지컬로 여겨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퀄리티를 낼 수 있었습니다.


E. 끝마치며.

개 인적인 감상평으로는, 서커스 공연 자체가 흔치 않은 현실에서 이런 기회로 세계적인 서커스 공연을 관람하게 된 상황에서 '연변 소녀들의 인간 탑 쌓기는 몇층까지 갈 것인가' 를 상상했던 제 스스로가 다소 부끄러웠습니다. 서커스라는 장르가 가진 일반적인 편견이라고나 할까요. 아니면 다양한 매체에서 노출되는 '서커스' 의 단상이 이토록 편향되어 있었던 것일까요. 오히려 제가 본 '태양의 서커스' 는 몇 가지 묘기를 곁들인 뮤지컬처럼 느껴졌습니다. - 물론 이를 뮤지컬이라 보기에 여러가지로 무리가 있긴 합니다. 그 만큼, 단지 묘기로만 승부를 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으로까지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수준 높은 음악을 듣는 재미에 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 태양의 서커스가 가진 '재미' 의 또 다른 일면이 아닐까 합니다. 당분간은 제 관심사에서 떠나가지 않을 듯 한 기분입니다.

마지막에 고친 사람 (시간) - Owlbear (오늘 14: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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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울베어